10. 폐업의 斷想

 

MB가 검찰소환을 앞두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MB정부시절의 과거 행적을 살피고

향후 미래의 추이를 예측함이 회자되고 있다.

적폐중의 적폐라고도,

표적수사라고도…

 

민간인사찰 이야기도 덩달아 나오고 있다.

관련 증언도,
새롭게 소환되는 자도,
억울하다는 자도 나온다.
억울…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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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의 단상(斷想)

 

수년전 한동안 떠들썩했던 민간인 사찰에 등장하는 @과장이

한때는  @@지청의 감독과장이었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

근로감독관들의 나이가 보통 40여세 이상이었던 당시에 감독관들을 총괄하는 젊은 30대 중반의 간부였다.

 

2001년 ****회사의  노사분규가 한창일 때 부임해왔다.

노동지청 정문 앞에는 농성텐트가 설치되었고…

노조 지회장은 단식투쟁 중이었다.

그즈음 흔한 풍경이었다.

 

도피 중이었던 사업주가 경찰서에 잡혀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노사분규와 관련한 합의점을 논의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던 감독관들과의 만남 도중에 사업주의 부인으로부터 받은 전갈이었다.

 

반장과 반원인 감독관에게 궁금해 하지도 묻지도 말고 나를 따라 나서겠느냐고 물었다.

영문을 모르는 두 사람은 그러겠다고 하였다.

 

@@경찰서로 갔다.

경찰서 입구에서 사실을 털어놓았다.

비밀로 해달라고…

그리고 내일 노동지청에서 조사를 받을 때 까지도 …

 

다음날 아침 일찍 사업주를 데리고 왔다.

다행히 텐트속의 노조원들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

노동지청 화장실을 노조원들이 식사준비를 위한 식수를 담기위해 드나들었지만…

사업주가 잡혀와 있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분주한 토요일이었다.

조사는 하루 종일 진행되었다.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다수의 남자 감독관들은 출근을 하였다.

 

지청장 집무실의 원탁에서

지청장, 감독과장과 논의를 하였다.

노조가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찾자는 것이었다.

사업주는 이미 사업을 정리하고자  결정하였으므로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고 답하였다.

 

어쭙잖게

체포시한인 48시간이 지났으니 내보내야 하지 않느냐고…

항의(?)아닌 항의를 했다.

불가능하다고 했다.

별건으로 다시 체포, 수사한다고 하였다.

별건이란 말에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하던 사업주는 급기야 히스테릭한 상황까지 왔다.

창밖의 빨간 투쟁복만 봐도 숨을 못 쉬겠다고 했다.

화장실을 몰래 갈 때도..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듯했다.

 

현관 출입문에는 전경이 투입되어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노조가 텐트를 설치하자 시설보호를 위해 투입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현관문을 나가는 사람은 자유로웠다.

 

구속영장은 청구자체가 이미 토요일에 거부되어 있었다.

48시간이 지났다.

봉고차를 노동지청 후문에 준비하자고 했다.

도망(?)가자고 했다.

도망인지, 정당한 퇴거인지는 법이 판단해 줄 것이라면서…

 

작은 회의실에 감금 아닌 감금을 당하고 있던 사업주가

뛰기 시작했다.

 

“잡아라”

라고 소리를 쳤지만 …

감독관들은 복도를 막고 잡으려고 하기 보단 한 쪽으로 물러섰다.

 

큰 키 큰 덩치의 사람이 …

살기위해 최후의 발악을 하는듯한 모습이 부담스러웠는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자유인이었기에 그러한 건지 …

 

그 후

난 불경한 사람으로 인식이 되는 듯했고 …

다음해 월드컵이 끝난 시점에는 또 다른 노사분규와 연관하여 완전히 낙인이 찍힌 듯 했다.

속이 답답했다.
하소연 할 데도 없었다.

폐업을 하였다.

스스로를 달래는 방법이었다.
합리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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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릇은 사람노릇이 아니다.

중노릇하고 사람노릇하고는 다르다.

사람노릇 하려면 옳은 중노릇은 못 한다’

어느 고승이 하신 말씀이다.

 

세상에는 얼마나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사람이 많을까?

실제 억울한 사람도 얼마나 많을까?

 

그러나

 

나는 너에 대하여,

너는 나에 대하여,

또 다른 나는,

또 다른 너에 대하여,

 

억울하고
또 억울하게
한 일은 없는지…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한때를 풍미했던 사람들이나.

한때를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 모두가

한번 가다듬어보아야 할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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