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된지 3개월여만에 오늘 동기회 모임을 한다.
어느날 동기 용현이란 친구가
동기회장 및 총무를 탄핵소추한다는
A4 용지에 그럴싸하게 작성된 사진을 밴드에 올렸다.
2년간 동기회의 직무에 태만한 것에 대한 직무유기로 …
박근혜의 탄핵소추를 연상하는…
빵 터졌다.
기발한 꾸짖음에 …
오늘 모임은 차암 남다르다.
같은 고등학교에 같은 과를 나온 친구고
대부분 같은 직종에 종사한다.
운전하는 차량을 기준으로는 KTX 기장, SR기장, 전동차 기관사, 일반 기관사…
계급으로는 철도공사의 본부장, 처장, 소장, 차장 ….
단 10% 정도만 공무원, 자유업 등이니 …
전국의 시골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양 서울에서 고등학생으로 만난 이후 35년 이상을
같은 바운더리에서 얼굴보고 살아왔으니
서로가 변화해 온 모습을 거의 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저런 사연으로 철도를 떠난 나 같은 사람도 있지만….
너무도 잘 아니까
너무 오랜 세월이다보니
조금은 매끄럽지 못할 때도 있는 듯하지만 …
그래도 나는 이 친구들이 너무 좋다.
학창시절의 까불던 촌놈 모습이 스쳐가는데도
이제는 의젓하게 폼 잡는 모습 조차도…
이제 조금씩 늙어가지만
이 놈들만 만나면
늘 그때 그시절의 교복입은 까까머리 시절로 돌아간다.
키득대며 읽던 19금 만화책…
핫도그 하나를 돌려가며 베어먹다가
주인 몰래 토마토캐첩 통을 입안에 넣고 쭉 짜먹던 …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각자 먹고 싶은 회를 마음껏 먹자고
차기 총무놈은 며칠전부터 벼루고 있다.
자기는 참치가 싫다며…
그래 촌놈이 별거라서 촌놈인가.
입맛의 추억을
간직할게 있으니 촌놈이지.
난 오늘도 찌그러져있어야 한다.
억대 연봉의 KTX 기장, SR기장들 앞에서…
” 야, 최노무사 , 요즘 사무실은 잘 돌아가나”
“야, 놈사, 나는 그냥 고속기장한다, 지상근무하면 연봉이 한 몇천 손해 난다”
” 야, 임마, 요즘 괜찮지?”
대략 수입이 비슷한 친구들이 나 밥 못먹고 살까봐 걱정해준다.
다 비슷한 연봉에 그만그만 잘 사니까….
내가 못내 걱정스럽다는 거다.
맞다.
오늘 모임에서만큼은
어떠한 똥폼도
돈 자랑도 안통한다.
그냥 그 시절 그 친구들이다.
까불면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