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사무장을 눈여겨보게 된 것은 어느날 이후부터이다.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자
부재 중에 상담을 하러 온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노원운수의 노조간부들이었다고 했다.
“ 그 회사는 우리 자문사인데요”
라고 하자
그냥 갔다고 하였다.
그 후 계약직근로자와 관련한 구제신청 사건이 있었다.
대리인으로 참석하였을 때 노동조합측에서 참석한 참고인이 바로 허 사무장이었다.
심판이 시작되기 전에
대기실에서 만났다.
사무장이라며 아는 체를 햇다.
예전에 한번 찾아왔다가 노원운수의 자문노무사라고 하여 그냥 나왔다고 했다.
과거에 어떤 운전기사의 산재처리를 해 주신 분이 맞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반가워했다.
그동안 인연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하였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고맙다고 인사하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사건에
나는 대리인으로 허 사무장은 조합의 참고인으로 참석하면서 자주 보게 되었다.
자연히 서로 익숙해져 갔다.
나와 동갑이었다.
사려깊은 사람이었다.
늘 조심스럽게 한마디씩을 하였다.
나와는 정반대였다.
원래 성격이 달라야 서로 궁합이 맞는다고 했던가?
잘 맞을것 같았다.
충청도가 고향인 사람들 조직의 향우회 회장을 하였다.
3년 전 부터는 노동조합의 전임자인 사무장이 되었다.
조합사무실에서 내근을 하였다.
처남도 노원운수의 운전기사였다.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다.
허사무장보다 서너살 아래인 배연준은 100번 운전기사였다.
비번날에는 노동조합 사무실의 업무도 보는 비전임 간부였다.
충청도 출신이면서도 호남이 고향인 사람들의 모임 회장이었다.
입사할 때 소개한 사람의 모임에 가입한 것이다.
사근사근한 성격이었다.
허 사무장과 배연준은 너무 달랐다.
본성조차도 …
회사내 각 모임은 향우회, 취미모임, 운동모임 등으로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전부 파악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조직이 많았다.
각 모임의 회장은 노동조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노조간부인 그들과 쉽게 어울릴 수 없는 관계였음에도 서로 터고 지냈다.
자연스러운 일로 자유스럽게 …
서로 다른 위치였지만 …
공감을 나누고 있었다.
바라보는 관점이 같았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회사에서는 이런 행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노조간부를 잘 알고 지낸다는 것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개의치 않았다
‘바보 같은 사람들 …’
그들은 몰랐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
오히려 김단수가 얼마나 두려운 눈초리로 보고 있는지를 …
지역을 기반으로 한 모임의 회장들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김단수는 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배연준과 허 사무장의 모임도 큰 규모였다.
조직의 회장들이 조합의 간부가 되어 함께 가고 있는 것이었다.
서로 연횡하여 협조하거나 대립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관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