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유산을 받은 건  거의 없다.

물질적으로는 …

그러나 유산은 분명 있다.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오랜만에 귀향을 했다.

 

예전 80년대에는

텔레비젼도 가구장식장에 보관되었다.

이코노 TV

그 텔레비젼 장식장위에  토끼가 한마리 올려져 있었다.

하얀털에 까만눈의 …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엄마,  웬  토끼 ?”

“아 , 그거, 네  아버지가 고속도로길 옆 논에서  일하시다가 한 마리 주워 온거다”

 

그러시면서 토끼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가 살던 시골마을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가 생긴 건 초등학교때이다.

갑자기 전기가 들어오고

고속도로가 뚫린것이다.

마을의 정기를 끊어서  큰 인물이 더 이상 못나온다고 혀를 차시던 …

 

그 고속도로 옆의 논에서 일을 하시던 아버지가 발견한 토끼완구…

아마도 고속도로를  달리던 운송차량에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떨어뜨려진  것이리라.

그  토끼를  어머니에게 가져다 주셨다는 것이다.

 

“근데  말이다,  차암,  네 아버지가 그걸 달랑  한 마리만 가져오신 거라”

“뭔?…”

 

며칠 후

약간 결벽증이 있으신 어머니가  텔레비젼 위의

눈부시게  하얀 토끼를 바라보시면서

 

“저게  어떻게 고속도로길 옆에서 더럽혀지지도 않고 그대로  있었지”

 

라고 하시자

아버지께서 포장박스에 들어 있었다고 하신거다.

 

“포장박스에….,  저거 하나만…?”

 

그제서야  떨어진 포장박스안에서 하나만 가져오셨다고  하신거다.

 

그 후  펼쳐진  포장박스에 의해

우리동네의  주변 아홉집에도

이코노 텔레비젼 위에 토끼 한마리씩이  살게 되는 전설이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보았던

평생

과수농사의  전정가위질에  한 방향으로 뒤틀려버린 엄지 손가락과

 

그날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열마리의 토끼 중 한마리는

 

나의  마음의 유산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늘 유산으로

저를 지켜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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