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직업

에어콘의 찬바람을 시원하게 느끼는 사무실 유리창에서

창문 밖의 걸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마냥 따뜻해보이기도 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시원함을 넘은  한기에

바깥 모습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는 아이러니 …

 

연일 폭염에 아우성이다.

덥다,  덥다,  정말 덥다.

이런날 불을 가까이하거나  열기 속에  일을 해야하는 직업 들 …

그 고통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직업들은 역으로 겨울에는 추위와 싸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지금의 잘 빠진 KTX나 SRT와는 달리

예전 디젤전기기관차나 전기기관차에는 에어컨 자체가 없었다.

조그만 선풍기…

그나마 찬 기운을  주지도 못했다.

 

쇠로 만든 기관차는 여름에는 찜통이 되고

겨울에는 냉장고가 되었다.

훅훅 찌거나

깡깡 얼어붙는

여름의 기관차에는  엔진의  열기와  달구어진 쇠붙이로

어디로도  도망갈 틈을 주지 않았고…

겨울엔  기관차의 쇠난간을 잡으면 손이 쩍 붙고

운전실안  물통은  얼어 붙었다.

길거리 노숙자의 이불 대신  덥는 신문지 처럼

조그마한 난방기를 감싸며   신문지로  무릅을 덥어야  겨우  아껴지는 온기…

 

폭염이  계속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열기와 싸우며 생산의 현장에 있는 그들이 안스럽다.

예전에 내가 겪어 본 것들…

경험에 의한 그 힘듬, 짜증…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D 사업장에도  용광로가 있고  열기가  있다.

여름에는 더위로

겨울에는 추위로

 

아무쪼록 이번 임금협상에서

서로가  이해하고  서로가  아껴주는

그런 관계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무리하지 않게 …

 

여름의 열기를

겨울에 나눠 쓸 수 있는

그런 관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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