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을 생각하며

 

예의 가르침이 어찌 나를 구속하리오  禮敎寧拘放

인생의 부침을 그저 마음에 맡길 뿐     浮沈只任情

그대들은 그대들의 법도를 따르시게   君須用君法

나는 스스로 나의 삶을 이루겠노라      吾自達吾生.

[출처: 서울신문]

 

 

허균의 시 한편을  오래도록 보았다.

 

허균의 호는 교산(蛟山)이다

용(龍)이 되지 못한 이무기(蛟)…

거열형으로 五體分屍의 주검…

죽음 하나의 과정만  보더라도 비참하다.

아버지 허엽의 무덤은 파헤쳐지고  부관참시(剖棺斬屍)…

그  죄명은 역모죄였다.

당시의 질서를 인정하지 않은…

 

 

이이, 신사임당은 위인 열전에 화폐로도 발행되어 지금도 …

허균, 허난설헌은 비운의 남매간으로 슬픈 가족사만 전해지는 …

아이러니하게도

마주볼 정도의 거리에서 태어난  이이(율곡)와는 당쟁관계

동인과 서인

 

훗날의  제한된 역사서와  문헌만으로

어찌  허균의  속내와  정신을  읽을 수 있겠으랴마는

그  칭송도  비판도 다양하다.

홍길동전의  집필여부에서 부터  허난설헌의 시에 대한 표절 운운까지

그러나 역사는 주로 승자의 몫이었음을 염두하지 않더라도 …

평가가 다기다양할 수 밖에 없음은  현재도 여전하지 않은가

 

양반사회, 계급사회에서

평안함을 추구할 수 있는 기본 토양이 있었음에도

비참했던  가족사

참혹한 죽음, 주검에 이르게 했던

그   이상은 무엇이었을까

 

오죽헌 건너편에서

허균, 허난설헌의 생가가 몰락해지는 것을 바라본

대다수의 민중에게는  무엇을  남겼을까

 

오죽헌에서

허균의 생가를 바라본

또 대다수 그들에게는 무슨 생각을 들게 했을까

 

언젠가

허균,허난설헌의 생가를

찾아서

댓소리를 들으며

감이 익고

솔잎이 떨어지는

풍경에

귀기울이면

혹여나

그 느낌

그 마음을

엿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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