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제에 대하여 한상무가 잘못 이해하고 조언한 것이 노동조합간에 혼동을 일으켰다.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는 전임자의 임금을 금지하는 대신 노조 규모에 따라 일정 한도 시간 이내의
노조활동에 대해서만 급여가 지급되는 제도로 법률에 맞춰 새로 생긴 제도였는데,
노원운수에서 복수의 노조가 있으므로 제1노조 외의 다른 노조에서도 자신들의 노조원 규모에 해당하는 전임자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개별교섭이므로 제1노조의 양보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한 상무는 다른 노조에도 타임오프제에 따라 전임자를 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그의 퇴직 후에 생긴 제도였다.
노동청의 근로감독관 역시 타임오프제에 대한 해석의 실수로 곤란에 빠졌다.
타임오프제가 처음 시행된 탓이었다.
개별교섭이므로 공정대표의무가 없음을 모른 탓이었다.
공정대표 의무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게 대표할 의무이다.
회사와 노동조합간의 실무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9월에 들어서자 노동조합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임금교섭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불만은 팽배했다.
특히 정년퇴직을 앞둔 기사들은 임금이 인상된 상태에서 퇴직금이 계산되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수십년 근무한 사람들에게는 평균임금의 증가가 퇴직금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에 당연한 바람이었다.
결국 노조는 연맹의 도움을 받아 쟁의발생 신고를 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의 체결을 위한 조정신청을 하였다.
회사에서는 노무상무를 믿고 있었다.
노동위원회에서 근무하였던 그의 이력을 중요하게 여겼다.
자문 노무사인 나에게는 조정에 대하여 알려주는 것이 없었다.
자문도 구하지 않았다.
간간히 허사무장이 알려주는 소식에 의하여 이러한 사실들을 전해 듣고만 있었다.
한상무에 대한 소문은 자신이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였다하며 박식함을 과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자문노무사와 의논하자고 하면 다 아는 걸 뭘 물어보느냐고 한다는 것이다.
조정절차에서도 해결은 되지 않았다.
다음은 중재재정이었다.
노원운수의 단체협약에는 다른 노조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중재재정조항이 있었다.
조정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일반적인 노조와는 달리 파업 자체를 행할 수가 없는 것이다.
중재재정권은 회사와 노동조합 양측 중 일방이 중재재정 신청을 하면 노동위원회에서는
독단적으로 중재안을 제시하고 양 측은 중재안에 위법, 월권이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최근 설립된 노조의 단체협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노동조합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항이었다.
회사입장에서는 어떤 조항과도 바꿀 수 없는 금과옥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