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항거

 

진 사장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

안 사장과 강 전무는 분개했다.

안 사장이 문자를 보냈다.

 

“노무사님 점심식사 같이 하실 수 있는지요”

 

나는 가능하다고 답을 했다.

안 사장과 강 전무가 함께 왔다.

며칠 후에 있을 임시이사회에서 진 사장이 경영진에게 어떤 식으로든 압박을 넣을 것이라고 했다.

대처방안을 논의하자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존심이 상한다며  차라리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물었다.

의중을 떠보는 것이었다.

 

“사장님 그건 안 됩니다. 지금 그렇게 그만두시면 …”

 

여전히 안 사장이나 강 전무는 딴 생각인 것 같았다.

집요하다.

살아남는 방법들이…

절대 솔직함이 없다.

 

어떤 면에서는 김단수나 심복우가 오히려 솔직했다.

살고 싶으니 살려 달라고 …

제발 살려 달라고,

죽기 싫다고 …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모든 권한을 나에게 달라고 했다.

제발 솔직해지라는 말은 차마 못했다.

어떻게 이 순간에도 눈치를 볼까?

모든 事端(사단)이 솔직하지 못함에서 오고 있었다.

 

지난 파업직전에 합의하고서의 일이다.

합의서를 보면서 허사무장에게

 

“노조는 자신들이 얼마나 강한지를 모르고, 회사는 얼마나 약해져 있는지를 모른다”고  했었다

 

권한을 달라는 말은 딴 뜻이 아니었다.

안 사장은 배연준과 통하고 있다,

강 전무는 우일엽과 통하고 있다,

각자 통하고 있는 그 사람들을 넘겨달라는 것이다.

개별행동들은 그만하라는 것이다.

약해졌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   제   당  신   들  은  정  말  약  하   다  고. . .’

 

공동의 노력과 협조관계가 없이는 밀려오는 파도를 막는 것이 불가능함을 강조하고 싶었다.

진 사장의 독선과 이를 등에  업은 신황수의 횡포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정말 마지막 기회입니다”

 

강 전무가 준 구조조정안을 보았다.

 

구조조정 및 임금삭감안

인원감축 200명,

임금 20% 삭감

상여금 500% 삭감 …등

 

깜짝 놀랄 내용이었다.

식탁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허사무장과 배연준에게 보여준다면 진실에 눈을 뜰 것입니다”

 

“신황수가 김단수와 심복우에게만 의지하여 회사의 모든 방침을 무시하고 경영진을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직내부의 정확한 정보를 진 사장에게 전달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입니다”

 

“구조조정을 무조건 실행하려하는 것은 조직의 분열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노조에 김단수와 심복우만 있지 않음을 보여주면 결국 신황수도 더 이상 진 사장의 눈을 가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걸 보여주려면 수의 이동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허사무장에게 전화를 했다.

배연준이 오늘 출근하여 운행 중에 있느냐고 물었다.

근무 중이라고 하여 당장 차를 내리게 하고 함께 만나자고 하였다.

두 사람을 만나 결론을 내린 뒤에 함께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려고 하였다.

‘까톡’ ‘까톡’

 

허사무장이었다.

 

“어디서 만날까?  배연준과 같이 자네 사무실 근처에 왔어”

 

“잠깐만 기다려”

 

서둘러 식사를 마쳤다.

안 사장과 강 전무를  급히 배웅하고

바로 만났다.

 

“어디로 갈까”

 

“조용한 곳으로 가자”

 

불암산 밑의 영양탕 전문집으로 갔다.

 

“오늘은 보신탕 먹지 말자, 혹여 마가 낄라,  닭백숙 어때?”

 

마음이 급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말문을 열었다.

 

“이제 마지막이다,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진 사장의 뜻대로 신황수를 시켜서 회사나 노조를 엉망으로 만들려하지 않느냐?,

김단수와 심복우는 자신들이 살려고 운전기사들을 팔려는 것 아니냐?,

엄연히 이 회사의 지금 사장은 안 사장이지 진 사장이 아니지 않느냐?,

진 사장과 신황수의 횡포를 막으려면 자네들이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배연준이

“심복우는 같이 갈 수 없느냐,

안 사장과 강 전무를 함께 만나서 의논을 하여야 되지 않느냐”

고 물었다.

 

‘불안하겠지…’

 

배연준은 강 전무가 여전히 자신을 벼루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강 전무는 우일엽에게 김단수와 심복우를 제거한 이후에 손 볼 사람 명단을 이야기 했고 우일엽은 허사무장에게 낱낱이 전한 것이다.

바보같이 …

더구나 안 사장과의 개인 친분과 사적인 내통으로 지난날의 친분으로 남아있던 정마저 소멸 된지 오래였다.

 

배연준은 지금 확신을 얻고 싶은 것이다.

일이 끝나고 난 후의 신분보장을 원하는 것이다.

 

강 전무에게 전화를 했다.

사장과 같이 모두 만나자고…

 

꺼려했다.

안 사장도 이미 용인으로 갔을 거라고 했다.

자신은 올 수 있지만 안 사장이 부담스러워 한다고 했다.

결국 오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사장도 자신만은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 전무 또한 자신은 살아남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어찌되던 본인들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협조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노무사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르라는 …

만약 두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자신들의 심복에게 절대로 오더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안 사장은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아진다.

배연준도 자신의 입장이 견고해지지 않으면 역시 …

 

기회를 놓칠 것 같았다.

급해졌다.

화가 치솟았다.

그래서 고함을 쳤다.

강 전무는 차분하였다.

 

“노무사님 역정 내지 마세요,  급할 것 하나도 없어요”

 

‘@팔, 도대체 상황을 모르는구만’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불안감이 느껴졌다.

 

‘시간이 없는데…’

 

백숙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른다.

술만 잔뜩 먹었다.

 

돌아오는 차안이었다.

강 전무에게 전화를 했다.

 

“늦어도 만났으면 좋겠다”

고 했다.

 

배연준이 귓속말로  끼어들며  나에게 상기시켰다.

“회원조직에 긴급모임 통보까지 했는데…”

 

전화기 너머 강 전무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허사무장과 배연준이  자신들의 조직에 긴급모임을 통보한 것을 아느냐고…”

” ….    …. ”

 

소용이 없었다.

과반수의 숫자놀음에 굿판을 펼치는 신황수와 김단수 그리고 심복우를 잠재우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진 사장을 깨우치게 하는 방법도 하나 밖에 없었다.

임시 이사회 전에  숫자를 줄이는 방법뿐이었다.

다른 뭉쳐진 숫자도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그런데 오늘을 놓치면 기회는 없다.

 

‘누군가가  돌아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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