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도 겨울
영남대2도서관에서 축산대( ?)쪽으로 나오면
학생들의 월세용 방들이 즐비한 곳
삼풍동이었다.
거듭된 낙방에
고시원비마저 빠듯한 형편에
서울의 고시원으로 올라가겠다는 말은
끝내 입밖에 나오지 못했고..
시립도서관은
늘 휴관이었다.
꼬박꼬박 다가오는 국경일 등 휴일을 제외하고도
매주 1회 고정 휴관…
결국
나의 애마
125CC 오토바이에
대강 짐을 싣고
2도에서 가까운
삼풍동에다 판을 펼쳤다.
우선 겨울 3개월만 버티자라는 생각과
한 드럼으로 구입하는게 싸다 싶어
보일러 기름을 가득채웠다.
방 한 켠
그당시 유행하던
브로마이드 사진 한 장이 걸려있었다
아마도 방학전에
이 방에 머물던 학생이 남겨두고 간것이리라
터보
가수 김종국과 또 한사람의 얼굴이
늘 내려보았다.
공부하나
안하나 …
살림살이래야 책 몇권,
대략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해결할 작정으로
라면정도 끊여먹을 수 있는 도구 몇가지만…
도서관에서 돌아오면
이불쌓고 배개올린
나름의 쏘파에기대어
공부하다가
가끔
그 사진을 봤다.
하긴
그 사진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
지독히도
추운날
책상은 장식품이고
기름값이 아까워
온 몸을 방바닥에 댄 채 …
외출할때 마다
기름의 양을 나타내는
비닐막대를 바라보며
과연 3개월을
버텨낼까 고민아닌
고민으로…
그런데 말이다
겨우 1개월 지나고
갑자기 예정에 없이
서울로 갈 여비가 마련되었다는 소식 …
아!
드럼통으로 가득 넣은 난방기름
겨우 10분의 1도 사용 못하고…
오늘같이
추워지는 겨울이면
갑자기
그 때가 생각난다.
방송에서 김종국이
나오면
또 그 생각이 난다 ㅎㅎ
고단했지만
꿈을 꾸던
젊음의
한시절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