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면

 

요즘같이 이런 날은 가끔 생각난다

여름에도 모기가 살지 않는다는

삼복에도 두꺼운 이불을 덥고 자던

강원도 철암 땅

 

영주에서  1 년 근무 후

발령 받아 간  강원도 광산촌 철암 땅

하루 종일 기차를 타고 오신 어머니가

초행길임에도

2평 혹은 3평이나 될까 …

철암역에서도 한참이나 걸어 올라와야 하는

상철암 독신자 아파트에 와 계셨다

어떻게 묻고

어떻게 알고서…

 

이미 방바닥에는 양말  20 컬레 정도,  팬티 10장 정도가 널려있고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보일러도 아닌 진짜 연탄 아궁이 방

공동 수돗가에는 얼음이 꽝꽝 …

그 얼음 속에서 빨래를 하셨으리라

 

별로 반갑게 인사도 못 드리고…

세상의 모든 불만은 혼자 다  가진 듯

철없는 강박감

오로지 머리 속에는 이 지긋지긋한 지옥 같은 생활을 벗어나야겠다며

이해도 되지 않는 법서를  붙들고 앉아

불만 불만 짜증 짜증만 잔뜩 널어 놓다가…

 

다음날 아침

그래도 어머니의 온기와 따뜻하게 피운 연탄불 덕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내 머리맡에 놓인 하얗게  마른  옷가지들

 

철이 없어 맛있는 식사 대접은 엄두도 못 내고

지루하게 기차 오기를 기다리며 …

뭐가 그리 서글펐을까

따뜻한 눈빛보다도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애 궂은 땅바닥만 차면서…

 

마침내 다가온 완행열차에

용돈 몇 푼 쥐어 드리고

쫒듯이 태워 보내 드린…

 

이렇게 추운 날 밤이면

그날 그 밤

어머니가

밤새 수건 사이로 밟고 밟아서 하얗게 말린

그 옷가지가 생각난다

 

멀리

안드로메다에서도

야 야

점방 잘되나

요즘 괜찮나 하실

어머니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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