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적중

 

 

배연준이 돌아섰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돌아 설 줄은 몰랐다.

셋이 만나 불함산 밑으로 이동하는 차중에서 운전하는 허숭환과 조수석에 앉은 배연준에게 카톡으로 구조조정안을 찍은 사진을 보냈다.

확대해서 보고 지워버리라며 …

 

배연준은 지우지 않았다.

그리고 심복우에게 보여줬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냐고 …

심복우는 짐짓 모른 채 했다.

다른 노조간부들에게도 알려졌다.

난리가 났다.

김단수를 추궁하자 자신도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하였다.

신황수는 사진을 자신의 핸드폰에 담아 중원여객으로 달려갔다.

마치 자신도 처음 보는 구조조정안인 것처럼 …

 

누출된 날짜가 언제인지 미루어 짐작해보았다.

어쩌면…

주마등처럼 뭔가 스쳐갔다.

 

‘그래 그날이다. 심복우가 징계를 받던 날…’

 

허숭환의 문자가 생각났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

 

“아무튼 그래…”

 

허숭환이 배연준을 시켜 사진을 누출한 것 같았다.

늘 그러했듯이 …

배연준이 충실한 스피커 역할을 한 것이다.

 

허숭환이 진지하게 묻던 말도 생각이 났다.

 

“강전무가 정말 살아남을까?, 몽땅 물러난다는데 …”

 

그렇다면 허숭환이가…

김단수가 신황수를 통하여 사직서를 중원여객의 진 사장에게 보내고 읍소를 한 이후부터는 심복우와 함께 수시로 진 사장을 만났다.

신황수도 당연히 참석하였다.

 

신황수가 처음 진 사장에게 데리고 가려 한 사람은 허숭환과 심복우였다.

허숭환이 나에게 조언을 구하였다.

나는 김단수가 알게 가든 모르게 가든 개별적인 접촉은 곤란할 거라고만 했다.

허숭환도 이미 마음을 정하고 물은 듯했다.

 

“진 사장을 만나면 결국 노원운수의 험담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건 나도 원하지 않아”

 

“그래, 아무리 자기 아버지가 밉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하여도 남의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할 수는 없지”

 

심복우가 신황수와 함께 진 사장을 만나러 가던 날

허숭환은 출근을 하지 않았었다.

 

진 사장은 구조조정이 지상의 과제였다.

구조조정을 이룰 수 있다면 이용을 해야 할 인간이 필요했다.

자본과 인간 중에서 …

김단수의 사직서도 보류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복우의 징계해고도 취소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황수가 그렇게 조언했다.

 

진 사장은 이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들에게 역할을 맡긴 것이다.

이들은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게 할 지렛대가 된 것이다.

以夷制夷(이이제이)

오랑케는 오랑케로 다스린다.

모두를 오랑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진 사장의 착각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以夷制夷로 끌어들인 오랑케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순순히 뜻대로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자식을 버린 어미가 무슨 짓을 못할까?

임시 이사회에서 안 사장과 강 전무는 호되게 당했다.

진 사장 자신의 의지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안이 어떻게 알려 졌는지에 대한 추궁도 있었다.

자신이 정관에 따라 오늘부터 공동대표이사를 하겠다고 하였다.

지난 정기 주총 때 이미 그렇게 정관변경이 되어 있었다.

총무부와 경리부의 업무는 자신이 직접 결제하겠다고 하였다.

 

다음날 아침부터 진 사장은 회사로 출근을 하였다.

영업부 직원들을 집합시켜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였다.

오후에는 노조원들의 대의원 대회에 참석하여 금일봉을 내어놓고 그동안 경영을 제대로 못한 데에 대하여 사과한다고 하였다.

 

이제 회사는 형식상으로는 1명이지만 실제로는 2명의 사장이 존재하는 상태였다.

아니 실제 1명의 사장만 있었다.

그 와중에 안 사장은 은밀히 변호사사무실에 사람을 보냈다.

이사회에서 과반수가 승인하지 않은 공동대표이사 선임이 가능한 지를 물었다.

끝까지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임시주총 이전에 노원주주들을 규합하려는 모종의 움직임이 진 사장에게 감지되었다는 정보였다.

 

‘도대체 왜 이리 흘리고 다니나’

 

오히려 진 사장이 강 전무를 더 이상 보호하지 않아도 될 명분을 준 것 같았다.

이대로 끝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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